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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오늘 남기기

알바 가기 30분 전.

업투원 2025. 1. 1. 02:41

30분 후면 야간 알바를 가야한다.
다시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간 썼던 글들을 읽었다.
내가 썼던 글에게 위로를 받았다.
 
신에게서 망각의 선물을 받은 인간이라 아픈 것도 좋았던 것도 굳게 결심한 것도 금세 잊어먹고 살게된다.
그래서 급훈이니 좌우명이니 가훈이니 이런 말이 있다보다.
세상살이에 지쳐 힘들어도 잊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주는 것인가보다.
 
그 유명한 솔로몬의 말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도 순간의 영광도 영원 같은 고통도 결국 지나가게 되고 잊혀지게 된다는 것이니까 내 안에서 집중해야할 것에 집중하고 살아라는 뜻이 아닐까.
 
어제 문득 이나모리 가즈오 책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났다.
일은 인간에게 '수행'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이라는 건 분명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지만, 그 수단이 결국 우리 삶을 지배하지 않는가.
돈 벌려고 사는 것인지 살려고 돈을 버는 것인지 그 경계는 흐릿해지고 목적과 수단이 도치된 것인지 올바른 것인지 조차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일하는 과정들 뿐만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모든 것이 수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씻기고 가꾸는 것도 수행이고
내 주변을 정리하고 치우는 것도 수행이고
오늘 주어진 시간과 일에 충실히 해내는 것도 수행이다.
 
사는게 모두 수행인 것만 같다.

 

인생을 마치 밀린 숙제를 마지못해 하듯이 살고 싶진 않은데 힘든 수련을 하고 있는 것처럼 하루를 살아내기가 어려운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고싶지가 않은데 해야할 일들이 목을 조여오기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키고 기어코 오늘을 또 살아간다.

 

그러다 잠깐 내가 수도승이 되었다고 상상해봤다.

속세에 대한 욕심일랑 벗어놓고 새벽부터 날이 저물어 잠드는 순간까지 그저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고 채우면서 한편으론 비워내고 가벼워지는 오묘하고도 맑은 삶을 상상했다.


이상하게도 나를 억누르던 공기가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욕심 때문이구나..

 

내가 만들고 싶은 건강한 습관들, 하려고 했던 일들 혹은 했어야 했던 일들을 보며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나 자신을 질책하게 된다.

모두 다 해냈어야 했는데 말이다.

 

내 욕심들이 도리어 나를 잡아먹고 있는 게 아닐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2에서  불안이가 불안함에 미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움직이고 있을 때처럼.

크고 작은 욕심들이 모두 불안이가 된다.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들이 모여 이루지 못한 것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돈을 별로 모으지도 벌지도 못했고, 내 업을 아직도 찾지 못했고, 내가 좋아하는것도 잘하는 것도 아직도 모르겠다.

미라클 모닝은 커녕 여전히 아침은 힘들고, 운동습관도 만들지 못했고, 다이어리는 3개월 쓰다 말았다.

직업을 바꿔보려고 신입으로 입사했던 회사는 8개월 남짓 다녀보다가 관뒀고, 지금 알바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뿐이다.

흘러간 시간과 욕심에 비해 이룬게 없어도 너무 없다. 

그래서 불안들이 미친듯이 닥쳐온다.

 

내가 선망하는 나의 모습은 내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지개처럼 아무리 쫓아도 멀어지기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여태 쫓았던 것들이 완벽주의를 선망하는 내 욕심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닌가 싶다.

내 욕심 속에 있는 완벽한 존재 말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될 수 없는 존재.

자기관리를 통해 체력이 넘치고, 시간관리와 일처리도 완벽하면서 돈도 잘 벌고, 모두에게 상냥하고 호탕한 성격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려움 없이 모든 것을 잘 해내며, 목표한 바를 늘 이루고 살면서 인품까지 훌륭한 그런 존재 말이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이를테면 이런 것 같다.

그런 완벽한 사람을 꿈꾸는데 이불 속에 누워있는 나는 비루하기 짝이없지.

삶을 완벽하게 꾸미려고 할수록 삶이 괴로워진다.

 

올해의 나는 나를 몰아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완벽을 욕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채우려고 하기보다 부족한대로 나를 사랑해주면 좋겠다.

 

그거 좀 이루지 못했어도 괜찮다.

그거 좀 실수 했어도 괜찮다.

그저 너는 너라는 존재로 어제도 오늘도 괜찮다.

그리고 내일도 괜찮을 거다.

 

우리는 모든 시간, 모든 순간 완벽할 수 없다.

했던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고, 

흘러간 시간 속에 '했어야 했는데',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같은 후회들이 남겨지기도 한다.

아쉬움을 한가득 끌어안고서는 다른 것을 채워넣을 수가 없다.

 

나를 괴롭히는 마음들을 조금씩 비워내자.

완벽하지 않아도 아쉬움이 남아도 괜찮다.

어제의 일은 어제에게 남겨두고, 욕심으로 만들어진 불안도 내려놓고,

오늘의 나를 더 챙겨주면 좋겠다.

오늘 이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하고, 

아주 마음에 안드는 하루를 보냈다고 해도 너무 오래 괴로워하지 말고 금방 툴툴 털어버리고 이겨내면 좋겠다.

 

알바 가기 30분 전에 잠깐 쓰려고 했던 글이 몇일동안 묻혔다가 25년이 되어서야 마무리 된다.

어쩌다 보니 24년을 되돌아보고 25년에 대한 다짐을 적게 된 것 같다.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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